곽삼근
2016-07-22
<선진화 포커스 296호>
나무에서 목유칠덕(木有七德)을 배우자
곽삼근(이화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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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영위함에 필수적인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 유태계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강조하였듯이 가장 기초적인 인간조건은 ‘지구’이며, “지구는 바로 인간조건의 핵심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자연 생명공동체를 떠나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살 세계를 스스로 창조한다는 점에서 자연과 구별된다. 지구는 한편으로 인간이 인위적 수단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거주지이지만, 인간은 다른 한편으로 스스로 만들어놓은 인공세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된다.
“대자연과 함께하는 착한 선진화”는 오늘날 한국사회에 다양한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다. 우선 지나치게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어있는 현대 도시인의 직업 형태로 인해 거의 잊고 있는 단어가 ‘대자연’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이다. 과도한 물질문명의 혜택으로 인해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접하면 아동문학가 쉘 실버스타인의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책에 등장하는 한 소년과 한 그루 나무의 관계는 마치 욕심 많은 인간과 삶의 터전을 제공해주는 자연과의 관계로 비유될 수 있다. 그 책에서 어린 소년은 나무 그늘 밑에서 낮잠도 자고, 그네를 타기도하며 나무와 친하게 지내다가 점차 성장해 가면서는 그 나무에서 나온 열매를 따서 내다 팔기까지 한다. 나무는 기꺼이 소년에게 열매를 내주면서 묵묵히 그곳을 지키고 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중년의 남성이 되고, 종국에는 아예 나무를 잘라 배를 만들어 버린다. 그럼에도 나무는 이번에도 아무말 없이 자신의 몸통을 내준다. 시간은 흘러 소년은 늙고 갈데없어 다시 나무를 찾는다. 자신의 모든 걸 내준 나무는 이제 밑동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래도 노인이 된 소년의 의자가 되어준다는 이야기이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게 소년은 자신의 필요만 채우기에 급급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야말로 말 못하는 자연에게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하여 곰곰 생각하게 해주는 스토리이다. 우리는 자연을 이용만 하였지 자연에서 배우고 이를 잘 보전해야한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무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노자의 도덕경에서 언급된 목유칠덕(木有七德)은 뿌리(根), 줄기(幹), 가지(枝), 나뭇잎(葉), 꽃(花), 열매(實), 그늘(陰)이 갖는 상징성을 말해준다. 나무가 지닌 특성 중 뿌리와 줄기는 근본과 주체라는 정체성(identity)을 상징한다. 가지와 나무잎은 그 무성함을 상징, 건강하게 쑥쑥 뻗어 자신을 키워낸다. 꽃과 열매는 생명 그 자체로 재생산을 통한 지속 가능성이며, 나무 그늘은 남에게 베풀어준다는 사회적 관계와 배려이다. 우리는 흔히 나무의 잎과 열매만을 주시하고 뿌리와 줄기의 소중함을 간과하기 쉽다. 개구리는 잎사귀가 바람에 움직일 때에만 나무를 인식한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보이지 않는 뿌리가 나무 생명의 근원임을 생각할 수 있는 고등동물이다.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나무가 베풀어주는 생명의 공명현상을 통해 생존해 가고 있는 존재이다. 나무로부터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나무가 존재해가는 모습도 본받는 삶이 마땅한 자연의 섭리 아닐까? 인간이 조금 더 편안한 생활을 지향한 결과 기술발전을 통한 의식주의 편리함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이룩하였다. 그러나 물질적인 풍요에 비하여 정신적인 빈곤은 더욱 극심해져가고 있으며, 한국의 행복지수는 세계하위권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목유칠덕(木有七德), 나무를 닮는 삶을 살아가면 자연히 정신적 풍요로움과 행복지수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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