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 포커스 291호> 

이병혜(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요즘 우리 사회 화두가 이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관련 기사들이 연일 미디어를 통해 톱 뉴스로 다뤄지며 외교적인 의미와 경제적 효과등이 계산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이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이란을 잘 모르거든요.

3년 전 이란에 가서 경제학회 세미나에 참석하여“문화 콘텐츠의 경제적 효과”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재제(sanction)가 풀리지 않았던 때라(지금도 primary sanction은 풀리지 않았지만) 비자 발급이 얼마나까다로운지, 출국 전날이 되어서야 같이 가는 교수들의 비자가 완료 되었습니다. 그리고 출국하기 전 이란에 관한 궁금증을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결했었습니다.요즘 Globalization을 이야기하지만, 아직우리는 이란의 지역학 및 문화에 대해 많이 생소해 할 것 같아 관심을 갖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립니다.

이란은 서남아시아에 있습니다. 이란을 중심으로 주변에 어떤 나라들이 있는지 지도를 봅시다. 이란사람에게 아랍민족이냐고 하면, 아마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뒤도 안 돌아 보고 갈 겁니다. 아주 싫어합니다. 아리안족 페르시아인이 인구의 61% 정도이며 언어는 Farsi라고 하는 페르시아어를 씁니다. 자긍심이 대단한 민족입니다. 그리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원유 매장량 세계 2위, 천연가스세계 1위(카스피해 부근은 아직 개발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아연 매장량 세계 1위, 구리는세계 2위, 철광석은 세계9위죠.

더 중요한 것은 수자원이 풍부하다는 겁니다. 중동을생각하면 사막이 먼저 떠 오르실 텐데, 이란엔 아미르 카비르 댐(이란지폐에 사진이 들어있음)이 있답니다. 더구나 숲이 많아페르시안 표범이 살고 있고, 국토 면적이 165만㎢로 한반도의 7.5배에 달합니다. 대륙성 기후에 사계절이 있어서(북부는 지중해성, 남부는 아열대성 기후) 수도 테헤란에선 거의 만년설에 가까운 눈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서울 강남에 [테헤란로]가 있듯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서울로]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제가이란을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인구의 비율이 높고 인구가 8,000만명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수도 테헤란에만 1,500만명 이상 거주합니다. 역사와 문화까지 언급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종교갈등에 관련한 몇 가지 이야기만 해보겠습니다.

실은 종교갈등이라기 보다 정치권력과 패권경쟁을 위해 수니파, 시아파 같은 종파간의 갈등을 이용하고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주변국들의 수가 50여개되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 선진국 임의대로 국경선이그어지다 보니, 지금까지도 종파갈등이나 민족갈등 같은 크고 작은 분쟁들이 해외 토픽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란, 터키, 요르단같은 몇몇 국가를 빼놓고는 거의 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탄생한 신생국가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의 많은 국가들처럼 부족국가였던 것에 비해,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오랜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란은 B.C 3200-2800까지는엘람 왕국이 있었고, B.C 625년에는 메디아 제국이 통일을 합니다.이쯤 해서 무함마드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야겠네요. A.D 610년 40세의 무함마드가 이슬람의 계시를 받아 622년 메디나로 이주합니다. 그것이 헤지라(Hijra) 이슬람력의 첫해가 됩니다. 이란은 지금도 그들만의 헤지라라는 이슬람력으로 해를 셉니다.

이슬람 국가를 세운 무함마드는 원래 상업도시로 부상했던 메카의 지배부족인 쿠라이쉬의 두 번째 가문출신입니다. 무함메드는 630년 메카에 입성해 종교지도자에서 정치지도자, 권력자, 국가지도자로 변신을 거듭하며 이슬람 국가를 세웁니다. 2년여의 통치 끝에 사망했을 때 그에겐 딸만 넷이 있었답니다. 무함마드의사촌이자 가장 먼저 이슬람으로 개종한 ‘알리’와 무함마드의 딸이 결혼을 하자 알리에게 후계권이 계승될 거라 믿고 알리 밑에 줄을 댄 사람들이 후에‘시아파’가 된 것입니다. 무함마드 후계 분쟁에서 밀려나 천 년 이상 탄압과 억압을 받은 세력들이 바로이 시아파이지요. 이란을 중심으로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 시리아 일부,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동부가 주로 시아파 지역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시리아 일부,요르단, 팔레스타인, 터키 등이 수니파 지역입니다. 그들은 종교의식도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나마 성직자의 유무가시아-수니파의 큰 차이랄까요? 예배도 같이 보는데, 예배 볼 때 손을 내리면 시아파, 두 손을 잡고 허리쯤에 올리고보면 수니파로 구분되는 정도의 미세한 차이뿐입니다.

사산왕조(A.D 226-651), 사파비 왕조(1501-1736),카자르 왕조(1796-1925)를 지나 1935년에페르시아에서 이란으로 국호를 변경했습니다. 1979년에는 반정부 시위로 인해 팔레비 국왕이 망명가면서이슬람 종교지도자였던 호메이니가 정권을 잡고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했습니다. 이렇게 국민국가가 형성되어가는역사가 있었기에, 종파와 부족에 대한 충성심이 많은 중동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중동에서 가장 안정된체계를 갖춘 나라가 된 것입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이미 다녀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란은 성장 잠재력이 중동 국가 중 단연 최고 입니다. 이란은 북부 카스피해 해안이 630km, 남부해안은 1,880km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와 2013년 7월 이후 중단됐던 해운서비스가 재개되면 앞으로 건설과석유화학 중심으로 많은 교류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차바하르(chabahar) 항구는 눈 여겨 보아야 할 곳입니다. 이암 호메이니 국제공항도시 프로젝트를 비롯해 건설, 플랜트는 물론이고 ICT관련 제품, 의료기기, 화장품산업, 자동차 산업, 철강 및 가전산업, 관광 인프라까지 많은 부분의 협력이 기대되는 곳입니다. 그런 만큼이란어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이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쌓고 이란 관련 스타트업도 꾸려봤으면 합니다. 우리의 대중문화, 그 중에서도 드라마가 그곳에서 누리는 인기는 이미알고 계시지요? 각 방송사에서 수출된 드라마들은 80~90%에달하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이란과 우리는 서로 통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더 멀리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봅시다. 페르시아에는 쿠쉬나메라는 서사시가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그 서사시의 내용이 630년경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헌강왕의 공주 프라랑과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 알고계신가요? 우리나라와 이란은 오래 전부터 이미 사돈의 나라였던 것입니다. 얼마 전 매일경제신문에 유장희 교수님이 그에 대한 글을 이미 쓰셨습니다. 영국대영박물관에서는 무려 850쪽에 달하는 페르시아와 우리 신라와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문서를 발견해 해석해나가고 있답니다. 우리 역사에 733년 왕오천축국전을 쓰신혜초 스님이 방문한 곳도 페르시아였답니다. 더구나 페르시아 지리학자 이븐 쿠르다지바는 845년 신라를 금이 많은 나라라고 책에 썼고요. 14세기 초 페르시아역사학자인 Rashid al-Din Fadhlallah가 그의 저서에 우리를 최초로 코리아로 언급해준기록도 있답니다.

알고 보면 친숙한 나라 이란입니다.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이 이란 경제 재건에 기여할 것이고, 더불어 그런 과정에 여러분의 미래도 같이 발전해 나갈 거라 믿습니다.